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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베스티어리

2019-03-19

Q. 이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와 동물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이룹니다. 동물을 주요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작품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동물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요 소재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그들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인간의 이야기들이 또 하나의 소재로 어우러진 것은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기획과 설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동물행동학자’라는 인간 주인공의 직업은 어린 시절 확고했던 저의 첫 번째 장래 희망이었으나 저는 부진한 학업 성적과 한때의 방황으로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저는 동물도 매우 사랑하지만 순수했던 시절의 그러한 꿈과 그 꿈을 오랫동안 간직했던 시절의 저 자신 또한 사랑하고 그리워합니다. 때문에 저는 좋아하는 동물의 이야기와 함께 오래 전에 간직했던 저의 꿈을 이뤄낸 인간, 그런 꿈을 꾸는 인간의 이야기도 제가 쓰는 이야기에 함께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 동물의 이야기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어린이들이 주로 읽는 동물의 이야기나 만화 영화를 보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치타가 이제 갓 태어나 태반으로 뒤덮인 새끼 영양을 사냥해서 잡아먹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먼저 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로서는 지나친 의인화로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동물의 이야기와 설정 묘사를 보면서 조금 이질감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보면서 ‘아니, 초식 동물들이 자신을 잡아먹는 사자가 태어났는데 왜 절을 하는 거야?’, ‘왜 자신이 잡아먹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고 지지율 싸움을 하는 거지?’, ‘사자(심바, 무파사)와 비비원숭이(라피키), 미어캣(티몬), 혹멧돼지(품바)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어? 최소 그럴 만한 개연성이라도 있던가.’ 등등 이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만약 내가 저런 동물 이야기를 쓴다면 최대한 과학적 사실을 반영해서 써야지…’라는 생각과 다짐을 했던 저에게 있어 사실적인 동물 세계의 묘사는 솔직히 어려웠다기보다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발현되었던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주제는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중심적인 주제 하나를 말씀드린다면 6개월 전, 대전의 동물원에서 암컷 퓨마가 사육사의 실수로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살아야 할 야생 동물들을 좁은 공간 안에 가두고 학대하는 모든 동물원이 철폐되어야 한다.’ 등의 여론의 주장에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동물이 서식하는 환경에 관심과 이해가 충분했던 저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동물이 야생에서 자생하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먹이를 구하는 과정은 결코 인간이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여행하는 위락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몇 세대를 거쳐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에게 적자생존의 자연은 더욱 살아가기에 어려운 환경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책에서는 자유에 따르는 대가, 권리에 따르는 책임, 사람이든 동물이든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동물 중에서도 백호와 라이거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설화나 민담,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할 만큼 국내 독자들에게는 친숙한 동물이며, 그 중에서도 백호는 사방신(四方神)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신비로운 영수(靈獸)로 여겨져 왔기에 동물원 내에서도 인기가 많고, 많은 수컷 동물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암컷 동물이라는 설정을 부여하기에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이거 같은 경우,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두 맹수를 모두 닮은 독특한 외양으로 과거에는 동물원 내에서 기획적인 생산을 장려할 정도였으나, 이종교배종 동물의 유전성 문제점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현재로써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진 동물이긴 합니다. 작중에서도 비중과 역할은 미미하나 이들의 언급과 등장은 동물원의 호랑이가 자신의 서식 환경이 아니었던 아프리카 자연으로 떠나 사자들의 사회를 마주하게 되는 것에 대한 개연성과 사건의 발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작품을 쓰시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점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사실 《알파 베스티어리》는 2014년 연말 즈음에 초안이 완성되었던 작품입니다.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이기에 당시는 아동문학으로 창작을 했고, 물론 분량 또한 현재의 것보다 훨씬 적었으며, 내용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작품이라 그런지 어딘가에 내놓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점이 많았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혼자서만 여러 번 읽어보다 내용의 미흡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2017년부터 성인 문학으로 장르를 변경하고 기존의 플롯은 유지하되 내용과 설정에 많은 차이와 더욱 디테일한 사건을 덧붙이면서 집필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때로는 생계 문제로 장기간 집필을 중단하거나 지나친 역마살로 여러 번 직장을 옮겨야만 했던 과정이 조금 힘들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또한 여성 접대부를 고용하는 주점에서 일을 했던 경험은 인간과 동물 사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여 작품에 담아내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