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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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노는 건 재미있다. 시공간의 제약도 그리 없고 질펀하게 술 마시고 춤추며 노는 것에 비하면 비용과 에너지 소모도 덜하다. 게다가 자신이 좀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과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니 그만한 놀이도 없다.
그것을 함께 할 사람들이 생겨났다. 일주일에 고전 한 권을 읽고 생각을 나누었다. 책을 통해 혁명기의 프랑스 파리와 제정시대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도 다녀왔다. 책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외투를 잃은 상실감으로 귀신이 되어 버린 하급관리와 알제 바닷가의 햇살이 번쩍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청년도 만났다. 가슴에 쏙쏙 박히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삶의 고비마다 힘이 되어 주고 관계의 뒤틀림으로 아플 때마다 어루만져 주던 문장들이 고마웠다. 스무 살에는 안개 같던 사건과 인물의 행동이 이제 이해되고 공감되기 시작했다. 나이 듦과 고전 덕분이다. -시작하는 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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