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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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인다고 없는 것도 아니고 보인다고 있는 것도 아닌 줄 알면서도, 잡으려던 것은 바람이었고 가지려던 것은 구름이었다.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었고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세월도 빛이 바랜 훗날이었다.
만용이 용납되고 실수가 용인되던 때를 값지고 아름답게 꾸미려고, 많고 적음을 셈하지도 않았고 크고 작음을 가르지도 않았다. 받아도 불어나지 않는 것이 있고 주어도 줄지 않는 것이 있는 줄 몰라서, 탐하지 않아도 좋을 것과 인색하지 않아도 좋을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솔깃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껍죽거린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양심 앞에 떳떳하고 정의 앞에 당당하며 실리 앞에 공정하고 진실 앞에 솔직해지려고 부단히 노력도 했었는데, 매일 같이 거울을 들여다보고도 뒷모습은 보지 않고 앞만 보도 우쭐거린 것이 민망해서 이 글을 쓴다. - 글머리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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