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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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랑카랑한 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잠잠해졌다.
“우리가 이렇게 못 먹고 못 입고 맨날 일만 하는데도 저들은 무얼 합니까. 목사란 작자는 무엇 때문에 맨날 애먼 사람 잡아다 족치고 돈을 우려냅니까. 양반 지주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합니까. 맨날 노는 데도 왜 그렇게 곳간에 재물이 쌓이기만 하고 우리는 종일 땡볕에 일만 하는 데도 하루 두 끼 죽만 먹어야 합니까. 사람은 누구나 똑같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으며 부자와 가난한 자가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하늘님입니다.”
“맞소. 사람이 하늘이오.”
“뒤엎읍시다!”
“이놈의 세상 뒤바꿉시다.”
“옳소!”
“옳소!”
또다시 여기저기서 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자고 가난한 사람이고 남자고 여자고 모두 하늘입니다. 이제 사람이 하늘 대접받는 세상을 만듭시다. 우리 오늘 죽기를 각오하고 그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쳐들어갑시다!”
“우리 세상을 만듭시다.”
사람들은 죽창과 농기구를 높이 들며 소리쳤다. 김현영은 잠시 말을 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농민들의 환호에 감격해하는 모습이었다. 말석의 손에도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여러분.”
다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오늘 목사의 목을 치고 우리가 빼앗겼던 재물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동안 나라에서 정한 각종 세에다 무명 잡세까지 거두어 우리의 피눈물을 짜낸 그들을 몰아내고 사람이 하늘인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모두 힘을 합쳐 우리의 세상을 만듭시다.” -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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