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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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내가 여행하며 느낀 것은 ‘아는 것만 보인다’는 것이다. 35년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공부 잘하는 비결은 세계지도를 방에 커다랗게 붙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을 보내며 세계문학을 읽을 때는 그 신비로운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서 사회과부도를 펼치고 찾아보곤 했다. 소설을 통해 그렇게 세계지도는 내게 들어왔고. 세계지도를 내 가슴에 품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함으로 행복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장소를 현장에서 조우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설렘이다. 책 속의 현장을 만났을 때 설레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그중에서도 로마의 포로 로마노와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이었다. 포로 로마노에 가면 로물루스에서 카이사르까지 모여서 토론하고 있는 현장을 볼 것 같았고, 카르나크 신전에는 람세스 2세가 하얀 도포 차림으로 나를 맞이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발길 머무는 곳곳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밀란 쿤데라 등등 많은 작가와 성인들이 내 등 뒤에 와서 말을 건넸다.
- 프롤로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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