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
기억과 후회는 투피스 같다. 따로 또 같이 나를 따라다니고 기억은 후회가 없어도 선명하며 후회는 기억도 없이 홀로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한다.
시간으로 기억을 증명하는가. 기억으로 시간을 증명하는가. 지구에서 아주 작은 내가 우주만큼 거대한 의문을 품어 대도 나는 결국 어떤 새로운 정보도 알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은 과거의 내가 갇혀 있는 곳이어서 지금의 나와 소통할 수 없다고만 해석됨이 맞는지 알고 싶다. 내가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고 시간은 흐르지 않은 채, 과거·현재·미래 모든 시간이 동시에 살아 있다면, 미래의 나와도 많은 것을 주고 받으며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윤회가 무의미할까. 전생의 죄와 벌을 현세의 내가 받고, 현세의 공을 내세의 내가 누린다면 나를 위한 죄와 공이 맞는가. 하지만 과거의 흠을 지우고 미래의 빛을 미리 알아내어 평화로운 삶을 누린다면, 불안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진정 내 생각이 맞는 것일까.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 투입한 인생의 힌트일까. - 2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