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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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망연한 모습을 하고 섰다. 간당간당하게 선 야윈 고목과도 같은 황망한 모습을 하고 그대로 있을 뿐이다. 춤사위는 언제 끝날 것인가! 아무래도 오늘 밤으론 안 될 판이다. 화마는 인제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노래졌다가 붉었다가 보랏빛을 토한다. 아마도 아내와 딸아이가 토해내는 숨결 따라 변하는 것이리라. 색이 점점 발해져 가고 있다. 인제 춤사위가 끝나가는 것인가!
한쪽 지붕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다. 마당 한편의 애꿎은 배나무 머리에 불이 붙었다. 마치 화형식을 거행하듯 그렇게 절절히 타들어 간다. 춤사위에 다시 힘이 더한다. 다 소멸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 멀리 급한 소리로 달려드는 불자동차의 소리! 이미 때는 늦었다. -서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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