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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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의 ‘경기그레이트 북스’시리즈 17책으로 발간되었다. 조선시대 지배층의 통치 행위에 반응하고 지배전략에 대응하며 나름의 세상살이를 펼친 경기지역 백성의 고되면서도 질긴 생의 사연을 담았다. 500년 조선이라는 한 시대에 경기라는 특정 지역에 살며 생산하고 노래하고 고통받았던 농부와 목자, 어부, 수공업 장인, 상인, 노비, 광대 등의 일과 삶에 대한 보고서다 .
경기 백성 또한 다른 지역 백성과 마찬가지로 지배층의 통치 행위에 대해 순응과 체념, 굴종과 영합, 반항과 저항이라는 큰 틀 내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삶을 영위했다. 하지만 왕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비교적 부담이 많은 진상과 요역, 전국 물자유통의 거점 등 수도를 둘러싼 경기지역만의 특성이 작용해 경기 백성의 일과 일상이 다른 지역 백성의 그것과 일정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사실을 부각시켜 설명했다.
목차는 1장 농토의 주인은 누구인가?, 2장 가진 자의 농토, 신음하는 경기 농민, 3장 경기지역 농사법을 개발하고 습득하라, 4장 말과 소를 기르고 번식시켜라, 5장 강과 바다의 생산자들, 6장 만들고 제조하는 경기 백성, 7장 경기 장인의 삶과 애환, 8장 경기 상업을 진작하라, 9장 경기도의 상인세력과 정치권력, 10장 우리도 조선의 백성이다, 11장 복종과 저항 사이에서, 12장 비애 어린 가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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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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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조선 사회를 두고 인의예지의 덕목과 효제충신의 도리를 중시하고 인정(仁政)과 덕치를 표방한 예(禮)와 도(道)의 나라였다고 일컫습니다. 그 덕목과 도리는 오늘날에도 힘써 함양해야 할 가치의 하나로 종종 거론되곤 합니다. 그런데 조선 사회는 특정 계층이 지배층이 되어 특권과 위세를 누리고 계층 간 귀천(貴賤)의 구별과 상하(上下)의 위계가 엄연한 신분제 사회이기도 했습니다. 신분에 따라 한 아이가 걸어갈 수 있는 미래의 길이 대체로 한정됐으며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 권세까지 이 신분에 영향을 받았죠. 크게 보면, 국가기구를 운영하고 사회질서를 통제하는 통치계층과 의식주 일상생활과 사회 존속을 위해 물질을 만들어내는 생산계층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흔히 양반이라 일컫는 조선 사회의 통치계층은 지배에 대한 순응과 복종을 요구하며 생산계층의 일탈과 저항 행위를 처벌했습니다. 민본과 왕도의 정치이념, 인(仁)과 예의 유교가치를 내세우며 동의에 의한 통치를 행하고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신분제 질서와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이들 생산계층과 타협하고 결속을 도모하기도 했죠. 상민(常民)과 천민이라 칭하는 생산계층 백성은 대부분 통치계층에 순종하고 지배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들 백성 중에는 억압과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의 하루하루를 보낸 자들도 있었으며, 충·효·정(貞) 등 통치계층의 윤리 덕목을 내면화하고 실천해 지배질서 영속화에 알게 모르게 일조한 이들도 나타났습니다.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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