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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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가 ‘경기그레이트 북스’18~20책으로 발간한 『경기도 근현대 생활문화 』Ⅰ, Ⅱ, Ⅲ 중 하나이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에 산재해 있는 사라져가는 근대의 자취를 발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2009년 3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2년에 걸쳐 경기도 31개 시군에 남아있는 100여 곳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전문가(양훈도)에게 의뢰하여 취재, 기록토록 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작업이 중단했다가 2018년 재개하여 20여 곳을 추가 조사하였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전체 조사 보고서 가운데 108건을 사진과 함께 3권의 책자로 묶었다.
소개된 생활문화공간은 청평유원지와 대성리유원지, 가평 청평수력발전소, 고양 강매동 석교, 고양고등학교 옛 강당, 신도제일교회 돌 예배당, 한국항공대학교 활주로와 격납고, 행주성당, 구세군과천양로원, 남태령 옛길, 가학광산(시흥광산), 광명 설월마을, 광동 재건학교, 분원리의 삶, 신대리교회 교육기념관, 노은 김규식 장군 집터, 구리 교문동 망우리 근현대인물 묘역, 금성종묘사, 오산교회, 은계동 미군호텔, 죽미령전투 기념비, 풍농 공장 등이다.
이 책은 언론인 출신인 양훈도 씨(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인터뷰한 내용과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하였다. 책상머리에서 현장감 없이 집필한 책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현장조사에 얼마나 공력을 들였는지는 책 서문에 녹아 있다.
“2009년부터 10년까지 경기도를 세 바퀴쯤 돌았다. 한여름과 한겨울만 피하고, 2년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돌아보고 싶은 장소가 외져서, 내비게이션으로도 찾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았다. 어찌어찌 찾아갔어도, 인터뷰를 거절당하거나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2011년 관련 예산이 삭감되어 부득이 작업은 중단되었다가 2018년에야 재개되었다. 10년 사이 경기도 사정이 꽤 달라져 있었다. 1차 작업 때만큼 운이 따르지 않기도 했다. 경기도를 최소한 한 바퀴는 더 돌아보고자 했으나 20여 곳 정도 취재를 마치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했다.”
참고로, 이 책의 내용 중 35편은 『거기 삶이 있었네 –경기 근현대 자취 답사-』(도서출판 글을 읽다, 2012)에 수록된 내용을 살리고, 사진을 보완하여 다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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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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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대장간은 안성시 성남동(법정동) 203-15에 있다. 안성 시내에서 안성2동 주민센터 쪽으로 안성교를 넘어가기 바로 전이다. 1분만 걸어가면 안성천이 나온다. 우전대장간이 자리 잡은 집은 고옥이다. “이 집은 100년쯤 됐다고 해요.” 어렵게 말문을 튼 김필모 씨는 은근히 전통적인 집에 대장간을 열고 있다는 걸 자랑했다. 김씨는 약 30년 전인 1970년대 말에 이 집을 사서 대장간을 들였다. 집은 기와만 새로 놓았을 뿐 벽체와 기둥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흙벽에 서까래, 처마, 기둥 모두 나무로 돼 있다. 도로변 점포는 두 칸인데, 한 칸은 대장간이고, 다른 한 칸은 호미, 낫, 삽 등속을 파는 가게다. 대장간 쪽 서까래는 긴 세월 화덕 열기와 연기를 견딘 흔적이 역력하다. 화덕은 섭씨 2,000도까지 올라간다. 점포 뒤편은 살림집인데, 김씨네가 살지는 않는다. 김씨는 안성천 너머 아파트에서 출퇴근 한다. 점포 덧문도 흥미롭다. 셔터 구실을 하는 덧문은 노란색 페인트칠을 한, 널쪽을 미닫이식으로 끼워 여닫도록 돼 있다. 아침에 이 널쪽들을 떼어낸 뒤 묶어 대장간과 가게 사이에 세워 둔다. 196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방식이다. “이런 문은 안성 시내에서도 우리 집밖에 없을걸요.” 김필모 씨는 1956년생이다. 예전 안성읍 도기동 형제 많은 집에서 태어났다. 40년 전인 10대 중반에 가난한 살림에 입이라도 덜자 해서 대장일을 배우러 들어갔다. 노임도 없고 밥만 먹여주는 자리였지만, 전도유망해 보이는 대장장이 일이라 열심히 배웠다. “그때가 60년대 후반인데, 그 때만 해도 대장간 일이 많았어요. 잘만 배우면 돈도 좀 벌겠다 싶어 열심히 했지요.” 불 다루는 일을 배우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고 했다. 풀무로 화롯불을 피워 쇠를 달구는 일은 까다롭다. 만들 연장 종류에 따라 쇠를 달구는 온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호미 하나 제작하는데도 쇠를 불에 예닐곱 번 달궈야 한다. 쇠를 자르고, 쇠를 익히고, 연장의 형태를 대강 만드는 겉목치기를 하고, 쇠를 갈고, 망치질로 다듬고, 담금질을 하고, 숫돌에 갈아야 호미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불 다루는 일도 어렵고, 성형도 어렵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배우는 자세로 일을 합니다.” -3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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