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
젊어서는 세상 구경하는 호기심에 이곳저곳 다녔지만, 나이 들어가니 호기심보다는 궁금한 게 많아 훌쩍 떠나는 여행이 많아졌다. 여행 전후 문헌을 뒤져 공부한 것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은 곧 공부가 되었다.
유럽을 흔들었던 나폴레옹의 고향이 작은 섬이라는데 어떤 곳일까. 코르시카까지 가보고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를 몰락의 길로 밀어 넣은 러시아 침공의 결전장 보로지노 전장은 어떤 곳인지, 한동안 그림이 그리고 싶어 팔레트와 물감들을 열심히 사서 유명한 미술가들의 명작들을 모사하면서 이 그림을 그린 모네는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인상주의는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근세 아시아를 삼켰던 일본은 어떻게 강한 나라가 되었으며 그 근간은 무엇이었는지, 조선을 삼킨 일본조정은 어떤 인물들이 주모했는지 도쿄 시내 메이지유신 사적을 찾아다닌 동기였다. 호기심도 있다. 언젠가 한번은 유럽으로 가서 콜럼버스의 뱃길을 따라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보겠다는 생각을 실행해 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등산이나 여행을 함께할 때면 역사 이야기를 꺼낼 경우가 있고, 저마다 아는 지식으로 이렇다 저렇다 토론을 할 때가 있다. 줄거리는 대강들 알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목소리들이 커진다. 전공 학자가 아니니 깊은 지식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일상의 평범한 지식인으로 두 루 갖추어야 할 교양 지식이 필요함을 느낀다.
요즘은 배낭 메고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 없이 떠난다며 ‘가 보는 여행’을 많이 한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면 시중 여행책자의 내용을 상회하는 수준의 여행국 지식은 알고 가는 게 좋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알고 떠나면 그 여행은 더 풍요로워진다.
외교직에 재직하면서 장기간 살았던 나라들이 다행히 역사 문화유산들이 풍부한 나라들이어서 여러 각도로 조명해 보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근대사는 우리의 미래와도 관련되어 몇 개 테마로 들여다 보았다.
3년 전 세계일주 ‘역사의 맥박을 찾아서’를 출간할 때 남겨둔 이야기들과 또 그간 새로 여행한 몇 나라들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새 책을 다시 한 권 쓰게 되어 흐뭇하다. 학자도 여행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한 지 식인의 글이 관심 있는 분들의 교양 지식을 높이는 참고서가 되었으면 한다. -머리말 가운데 9p
...